2007년 7월 22일 일요일

목포 여행기

나는 재작년에 (2005년) 목포로 여행을 갔었다. 그때 남긴 기록을 이제서야 온라인 상에 공개한다. (하는 게 어디냐)

* 일요일 오후 1시
수첩 - 이걸 쓰고 있는... 볼펜을 샀다.
어디로 가는 건가
[어떤 할아버지가 가방을 찾는다... 화장실에 갔다 오니 없어졌단다 뭐... 이번 방황이 순조롭지 않을 징조? 라고 소설이라면 쓸 것 같다]

* 서울역
밥/우동 이 붙어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다. 식탁에 물이 흩뿌려져 있어서 좀 나은 4인용 식탁에 앉다. 아줌마가 어쩌구 하길래 식탁이나 좀 닦으라고 핀잔을 줬다. - 짜증이다.
근데 대체 이놈의 호남선은 어디서 타는겨? 두둥! 호남선은 서울역에서 탈 수 없다. 젠장!
有口無言, 묵념, OTL
자 용산으로 GO GO!

근데 밥 먹을때 남, 녀 두 인간과 합석이 되었다. 여자는 서울에 사는 것 같고 남자가 방금 기차타고 온 것 같던데 전라도 사투리를 썼었다.
에... 그건 뭘까나...
어쨋든 목포 한번 가기가 시초부터 삐걱댄다.
이미 1시 37분.


* 신용산이다.
간만에 XBOX 게임을? OTL!
샀다! 목포행 무궁화.
15:10 출발 20:34 도착이다.
근데 조치원까진 입석이다.
그...그... 근데 22.000 이나 하네
1% 정도 당황했다.
무궁화도 그리 싸지마는 않구나...

남은 시간 용산 space9 에서 게기고 있는 중.
화장실 물 내리는 버튼
Full, Save.
Save 는 소변용 일꺼고
-- 안 잡아 당겨진다.
-- Pull 과 헷갈렸다.
-- 오늘 좌절 무진장 잦다.

집안 스타일이 못 먹어도 고 라 예전에 기차를 탈 때는 새마을만 탔었다. 요즘은 뭐 탈 기회는 몇 번 없지만 KTX 로 다녔고 무궁화는 한 번 탄 기억이 난다. 아니다 두번이네, 한번은 표가 없어서, 나머지는 강릉선엔 무궁화 밖엔 없어서.
뭐 한시간 반 입석도 끼여 있으니 어쨋든 안 해본거 무진장 하게 될 것 같다.

용잭이 그동안 전화했다. 제주도 안 오냐고... 제주도, 무진장 가고 싶지만 이번 여행은 완벽히 혼자서 마주 서고 싶다.

* 용산 - 앉다.
조치원부터의 내 좌석을 산 사람이 안 탔으면 좋겠다 란 비겁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. 하핫 입석 안 타 보면 이 기분 - 약간의 죄의식을 동반한 간절한 마음을 상상이나 했겠는가. 일단 영등포에서 내 좌석의 주인이 타다. 아직은 빈 자리가 많아 앉았다. 왠만하면 서서 - 정당한 내 자리가 생기기 전까지 - 가긴 개뿔이다. 한시간 반을 왜 서!

수원에서 자리가 다 찼다. 재빨리 객차 맨 뒤 공간을 차지하곤 기대 섰다.
남은 시간 - Before occupying seat 60 minutes
에라 척퍽 앉아버리자!
의자가 아닌 곳에 앉아 본 건 정말 오랜만이다 - 어렸을 때 부터 신문지를 깔아주지 않으면 안 앉았다니.

기차는 달리고 또 달린다. 나는 구석진 객차 공간에 몸을 숨기고 무비위크를 한자 한자 꼭꼭 씹어먹는다.
Yes, 조치원이다. 나도 이젠 자리가 있다. 지금까지 자릴 차지하던 얘가 일어서자, 창가 자리인 그 좌석에 통로측 애가 옮겨 앉는다.
비켜랏! 흠훼훼훼훼!!!
어쨋든 그래 어쨋든 이제부터... 근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오려 하는지 잘 모르겠다.

어디론가 간다 라면 그 어디가 반드시 존재해 왔고,
그 존재가 무엇을 하러 가고, 해야만 한다 란 것으로
그것도 빨리 해라 란 속삭임이 나를 억업? 해 왔다.
하지만 이번은 아니다.
그냥 가는 거지
연고도 없고 무언가를 하러 가는 것도 아니다.
그저 나는 기차에 몸을 싣고 남으로 달려가고 있다.
지금 시간 16:53

무비 위크를 다 봤다. 뭐 남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걱정되지는 않는다. 아까 서대전에 정차한다는 방송이 나왔고 여기서부턴 호남선이니까.

* 17:35 (두계역)
2개, 두마리 개가 아니라 콩개울 이다. 역사는 좋다 (KTX 서는 곳도 있는데!)

논산시를 지나간다.
여기서 부턴 모든 게 새로운 땅이다.
무궁화는 KTX 처럼 긴장시키지도, 새마을처럼 뻗대지도 않는다. 그저 마음이 느긋한 사람이 홀홀 웃으며 창가를 바라보기 위한 정도의 속도로 달린다.
무궁화에 하나 더.
뭐 사라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무척 드물다. 3시간 동안 3번 정도 도는 것 같다. 근데 판매원 아저씨가 무진장 붙임성 있다. 불(?) 이 없~써라, 그냥 이거 (드시랑께)*5 를 반복해서 사람들을 웃음짓게 한다.

강경 역을 지나 함열에 정차했다. (역에 익산지역 관리역 명의의 플랭카드가 붙어있다.)
강경 - 국사책에서 봤는데, 강경 장터였나, 아님 교통의 중심지? 아니면 동학 농민 운동 집결지였나?


참새 떼가 물 채운 논 위를 날아간다. 새떼를 본 게 정말 오랜만이다.
슬슬 해가 져 간다.
18:18 산이 없어지니 꽤나 오래 황혼이 계속된다.

* 19:40 송정리를 지나치다.
사람도 비교적 많이 타고 내렸는데, 뭐 하는 델까? 15:10에 출발했으니 네 시간 반을 탔다. 좀 지겹다. 목포가는게 쉬운 게 아니구나. 도착하면 여덟시 반이 넘는 시간, 저녁 먹을 곳을 빨리 찾지 않으면...
뭐 술집이라도 가든지.
나주에 도착한단다... 19:46 이미 해는 저서 등불밖엔 보이는게 없다. 그래서 더 지루했나 보다.

다시 역에 정차하겠다는 방송이 나온다. 다시 라 한자가 궁금해진다.
多侍 많이 모신다?
다시 생각해 봐도 생뚱맞은 이름인데...
19:56 자 목포까지 30분 좀 더 남았다.
다시 힘내자!

자 열차 내에 뜬금없이 유행가가 크게 흐르는 걸 보니 드디어 종착역인 목포에 가까와 진 것 같다.
목포 역에서 항구까지 가까웠으면 좋겠다.
서울역에서 바보같은 냉모밀 하나 먹곤 지금까지라 무진장 배가 고프다.
회에다가 소주 한 병 걸치고 여관을 잡아야 겠다.

여행 안내소도 문을 닫았다.
밤에 뭐가 보여야 말이지.
역전이 번화가 같아서 배부터 채우잔 생각에 - 짱깨는 아니고 - 된장찌게를 시켰다.

*목포 북항에 왔다 21:57
늘어선 횟집들도 이젠 마무리 준비중이고 바다로 부는 바람이
저 검은 칠흙의 어둠의 해안에 서 있음을 깨우쳐 준다.
페리들과 낚시배들은 서로 옹기 종기 허리를 맞대고 잠을 청하며
철렁대는 물소리에 깬 배들은 꿈틀꿈틀 몸을 뒤척인다.
저 멀리 정박한 큰 배들은 반짝반짝 붉고 파란 반딧불이 같다
끼익대는 타이어 소리만 이 밤을 더욱 고요이 한다.
작은배 타고 떠나는 일가를 표시하는 건 떠오르는 일출의 노란 전등 무리.
비가 온다.

어떤 여자가 모텔 밖에서 3시간 동안 꺼이 꺼이 울고 남자는 달래기 보단 화만 내고 있다.
시끄러!

자리가 바뀌어서인지 5시가 되도록 잠을 못 이뤘다.

* 09:19 씻고 오늘 갈 곳을 정하자.
그 전에 회라도 한 접시 해 주는 게 도리겠지?

북항에서 유달산 가는 도중 바다가 산에 고여있다.
산 비탈 가파른 경사지엔 노란 꽃들이 밀생하고
농부는 짠 바람을 맞으며 부지런한 괭이와 갈퀴로 퇴비를 다독인다.
봄이다. 새가 우는 봄.
퇴비 냄새까지 자연스럽다.
봄이다. 하얀 벚꽃으로 머리 장식하고 노란 개나리로 레이스를 두른 봄이다.
봄은 흩날리는 벚꽃 속에서 내 마음에 들어왔다.
순환 도로의 중간에 학교가 있다. 혜인 여중고.
여기서 공부하는 애들은 아마도 이런 기분을 늘 느낄 지 궁금하다.
산비탈 밭뙤기에 파묻힌 함석 지붕은 옹기 종기 모인 신발들로도 그 애틋함을 막지 못한다.

유달산에도 달성공원이 있다.
조각공원 - 유료, 달성공원 - 유료.

목포시 남서쪽에 서서 바닷바람을 막아 주는 유달산.
점점이 이어진 섬들
마치 방파제처럼 누운 섬.
삼면이 바다.
혼자서 너무 많이 보면 오히려 죄가 될 듯 하다.

저놈의 부동명왕과 홍법대사만 없다면 - 그래서 바다가 더 좋아 보이는 것 같다.

* 12:00 유달산 일등바위에 서다.
해발 228m 인데 힘들게 올라 왔다.
마당바위도 이곳도 정상에는 태극기가 펄럭인다.
애국심의 발로란 생각보다 지난 세월 빨갱이란 의심 받은 고난의 세월을
저 태극기가 반어적으로 외치는 것만 같다.
자 유달산도 정상까지 올랐으니 이제 내려가 볼까나!

유달산에 오르면서 처음 보는 새가 계속 눈에 뜨인다.
나는 그것이 후투티라 믿는다.
한 쌍을 보니 하나는 수컷일 것 같고 머리깃털이 없네...
하지만 방금 뀡이 울었다.

다행이다. 단체 관람객들이 들이 닥친다. 자 이제 난 떠나야 겠다. 안녕 유달산아.

*13:17
북항 회 타운에 회 먹기 시도 - 실패 : 혼자서 무리가 아닌가라는 아줌마의 충고. 혼자 먹기엔 탕 먹으라고. 에... 대략 삐짐.
항구까지와서 탕을 먹으란 말인가! 에 대략 좌절 후 사위를 돌아보니 전복 죽 서비스 6,000 O.K. 롯데마트 5,000 짜리랑은 뭔가가 다르겠지.

흑산도 전복이라는데 확실히 큰 덩어리 - 그래 봤자 잘게 썬 양송이 정도지만, 컵라면 고기 스프만한 롯데마트 전복죽보단 훨씬 낫지 않은가 - 가 대략 좋다.

어제부터 무진장 걸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유달산 오르는데 속옷이 젖어 버려 목포역으로 와서 용산행 무궁화 - 그렇다 이런 맹목 여행에는 역시 무궁화다 - 를 끊었다. 다섯시간을 넘게 게기기 위한 방책으로 게이머즈 4월호를 사고, 여기까지 온 기념으로... 전라도 닷컴을 산다. 흠훼훼훼훼.
서점을 찾으러 역전을 쏘다니다 우리은행 앞 가로수가 야자임을 보고 정말 남쪽에 왔음을 실감한다.

* 14:39이다.
15:25분 차 이니 40분 정도 남았다.
목포에 와서 꽤나 많은 것을 겪었다.
지겹도록 긴 무궁화 여행.
입석 구간 중 차 바닥에 인생 붙이기.
멋도 모르고 그저 항구 - 북항 까지 걸어가기.
불꺼진 항구의 냄새.
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홀로 밤을 지세고.
다짜고짜 유달산 등반.
사진에서는 받을 수 없던 유달산 정상에서의 감흥
선으로 이어진 동해와는 다른 다도해의 풍광.
벗꽃과 개나리, 동백의 조화.
뻐꾸기 등등의 여러 새 소리.
산 밑의 신산하다기 보단 감정이 메마른 듯한 슬레이트 지붕들.

자 수고했다. 분당으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,
5시간 반의 기차 여행동안 푹 쉬자고.

여행 경비 일람
1. 서울역 코코스 서점
이 수첩 (500), 볼펜 (300)
2. 목포행 무궁화 - 조치원:입석
(22,000)
3. 이름 모를 역전 분식점
된장찌게 (4,000)
4. 북항 근처 모텔비
(25,000)
5. 밤을 보낼
레몬소주 + 골뱅이 (버렸다) + 캔포도 + 종이컵 (6,200)
6. 편의점에서 아침으로 먹은
컵라면 + 티슈 + 게토레이 (2,500)
7. 유달산에서 산
생수 (800)
8. 점심으로 먹은
전복죽 (6,000)
9. 목포역까지의
택시 (2,000)
10. 게이머즈 + 전라도 닷컴
(8,800 + 2,000)
11. 이 글을 쓰는 커피숍의
매실차 (4,000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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총 84,100

아 하나 빠졌다. 용산까지의 기차
(23,100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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결론 : 107,20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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붉은 땅 - 확실히 붉다.

* 18:27
저녁으로 김밥 (3,000) + 맥주 캔 (1,600) 을 먹었다.
두개역 이라는 방송이 나왔다.
뭐 귀에 쏙 들어온 듯 하니 이 이름도 나쁘지 만은 않은 가 보다.
전라도 닷컴, 게이머즈 147p 중 용산 도착 직전 20:51 사요나라!